"모르는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세요."
팀장님은 편하게 질문하라는 듯이 이야기 해주시지만, 뭘 물어봐야할지, 어디까지 물어봐도 될지를 모르겠는 상황.
나는 그저 막막하고, 질문의 수준이 너무 낮은건 아닌지 질문 하나하나가 걱정만 하는 중인데, 옆자리 동기 놈은 벌써 일을 마무리해가는 듯 합니다. 불안감과 조급함으로 인해 자신감도 바닥을 치게 되었구요.
이런 경험, 한번 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막막하고, 나만 뒤처질까 불안하신가요?
괜찮습니다. 이건 내가 무능해서가 아닌 팀장의 잘못이고, 이 글을 읽고 난 뒤에는 뭘 물어봐야할지 아시게 될테니까요!
당신은 지금 '시야 10%'로 슈퍼 마리오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 막막함은 마치 아래 슈퍼 마리오 게임을 하는데, 마리오 캐릭터 주변 10%만 보이는 상태와 같습니다.
보이는 것이라곤 발밑의 블록과 이미 먹은 코인 뿐이죠. 어디로 가야하는지, 이 다음은 뭐가 있을지, 어디에 숨겨진 길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이 위치를 제외하고는 화면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게임을 클리어하려면 수십, 수백 번의 실패를 겪어야만 할 겁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느끼는 막막함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티켓'이나 '업무의 조각'만 보고 있을 뿐, 이 일이 왜 시작되었고,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죠.
단순한 질문보다 '목표'와 '배경'을 먼저 물어보세요
우리는 종종 단순한 질문(How)에만 매몰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동료보다 느리고, 일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업무 숙련도 차이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문제는 '목표'와 '배경'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게 없는 상태로 팀장에게 질문을 해봐야, 결국 앞의 한칸, 그 다음 앞의 한칸만을 질문할 수 밖에 없죠.
안개를 걷어내고 전체 맵을 보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 1. 목표(Goal)에 대한 질문: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제가 지금 만드는 이 작업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 "이 작업이 완료되면 사용자(혹은 비즈니스)는 어떤 가치를 얻게 되나요?"
- "이번 작업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핵심 성공 지표(KPI)가 있을까요?"
- 2. 배경(Background)에 대한 질문: "우리는 왜 이 길로 가는가?"
- "이 작업(혹은 프로젝트)이 기획된 배경이나 히스토리를 알 수 있을까요?"
- "과거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작업이 시작된 건가요?"
- "혹시 이전에 비슷한 시도가 있었는데,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꼭 이런 디테일한 질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현재보다 조금만 더 명확해지더라도, 보여지는 맵이 훨씬 많아질꺼니까요.
팀장과 대표는 '전체 맵'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10%의 시야로 헤매고 있을 때, 팀장이나 대표는 어떤 화면을 보고 있을까요? 바로 이런 모습일 겁니다.
그들은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즉 '목표(성)'까지의 모든 경로와 장애물을 어렴풋이나마 머릿속에 그리고 있습니다. 어디에 구덩이가 있고, 어디에 숨겨진 아이템이 있는지, 가장 효율적인 경로가 무엇인지 고민하죠. 그들의 관심사는 '마리오가 지금 당장 잡몹 하나를 피하는 것'을 넘어 '마리오가 무사히,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경영진의 시야(Bird's-eye View)'입니다.
내가 "이 기능의 목표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를 넘어 리더의 시야를 공유하려는 적극적인 시도입니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팀원이 전체 맵을 이해하려고 할 때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는 팀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체 맵을 아는 마리오는 리더가 일일이 "점프하세요!", "숙이세요!"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더 나은 길을 찾아냅니다. 즉, 마이크로매니징이 필요 없는 주도적인 팀원이 됩니다.
- 생각지 못한 '지름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리더가 생각한 길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현장에서 직접 블록을 깨는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길(더 효율적인 방법,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 질문과 제안이 팀 전체를 더 빠른 성공으로 이끄는 '파이프(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내가 '목표'와 '배경'을 궁금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단순히 나의 성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팀과 회사 전체의 목표 달성 속도를 높이는 핵심적인 기여가 되는 것입니다.
"A, B 중에 뭐가 나을까요?" 똑똑한 질문은 '맥락'에서 나옵니다
'목표'와 '배경'이라는 두 가지 큰 그림, 즉 '전체 맵'을 얻고 나면 질문의 질이 달라집니다.
- (Before) "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야 10%의 막막함)
- (After) "우리의 목표인 '빠른 응답 속도'를 고려했을 때, A 방식과 B 방식이 있습니다. A는 구현이 간단하지만 확장성이 떨어지고, B는 초기 비용이 들지만 트래픽 증가에 유리합니다.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고려했을 때, 어떤 방향이 더 적절하다고 보시나요?" (전체 맵을 함께 보며 대안을 제시하는 똑똑한 질문)
더 이상 막연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동적인 신입이 아니라, 팀의 목표를 함께 고민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주도적인 팀원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자신감을 되찾아주고, 빠르게 성장하게 할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모르면 질문하라"는 말은 모호합니다. "일하다 막히면 물어봐라"라는 말로만 들리니까요.
하지만, 그런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팀장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과 목적지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같은 '맵'을 공유하며 나아가자"는 뜻이 아닐지 한번 더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팀장님이나 사수에게 다가가 물어보세요. 단순한 업무 질문이 아니라, 이 일의 '목표'와 '배경'에 대해서요.
리더의 시야를 공유받아 안개가 걷히고 전체 맵이 보이게 된다면, 이제 더 이상 헤매는 신입이 아니라 팀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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