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팀장님, 위임은 하고 계신가요?

@SoftyChoco 2025. 9. 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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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겪어본 사람 중,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기획자가 있었습니다.
기획자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같이 협업을 하면 소통도 잘 되고 일의 흐름도 좋았습니다.
얼마 안있어 팀에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 기획자는 팀장 역할까지도 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할에 맞게 일도 늘어다면서 야근이 잦아지고,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 기획자와 그 팀은 무너져 갔죠.

단지, "꼼꼼함과 책임감"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기존의 업무를 "위임"하지 못했던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혹시 이런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면,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일을 놓지 못하는' 책임감 강한 팀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무보다는 '팀이 일을 잘하도록 판을 짜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위임을 두려워하는 이유

많은 리더들이 위임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1. 완성도에 대한 집착: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내가 하는 게 가장 확실하고 빨라."라는 생각을 하며, 문제 하나 없는 완벽한 결과물을 향한 책임감이 오히려 위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됩니다.
  2. 보이지 않는 불안감: "혹시 팀원이 실수하면 어떡하지?", "프로젝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책임은 내가 져야 하는데..."와 같은 불안감은 결국 '내가 직접 통제해야만 한다'는 마이크로매니징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3. 정체성의 혼란: 실무를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던 팀원으로서의 정체성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입니다. 관리와 방향 제시에 집중하는 '팀장'의 역할이 어색하고, 내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지 않으면 기여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팀장이 해야할 일

팀장이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연차가 쌓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제는 시야가 바뀌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이전에는 내 앞에 놓인 '하나의 문제'를 깊게 파고들어 해결하는게 일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팀이 나아갈 '방향'을 보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만 합니다.

팀장의 핵심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방향성 제시: 우리 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며, 그것이 회사의 비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무엇을(What)' 만드는지를 넘어, '왜(Why)' 만들어야 하는지 팀원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 팀이 따라야 할 핵심 원칙이나 성공의 기준(Key metrics)은 무엇인지 설정하고 알려줘야 합니다.
  • 장애물 제거: 팀원들이 자신의 핵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회의, 비효율적인 프로세스, 타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을 해결해주는 '방패'가 되어야 합니다. 팀원이 길에서 돌부리를 치우는 데 시간을 뺏기지 않고, 목적지까지 전력으로 질주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역할입니다.
  • 팀원 성장: 팀원 개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적절한 업무를 부여하며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팀원의 성장이 곧 팀의 성장입니다.

사실상 팀장은 큰 배의 선장과 같습니다.
각 팀원을 필요한 역할에 배치하고, 어디로 갈 것인지 이야기 하며, 문제가 있다면 빠르게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무로 인해 손발이 묶이게 된다면, 큰 배는 망망대해 위에서 표류할 뿐입니다.

위임을 하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위임을 시작하면 좋을까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1. '왜' 하는 것인지를 공유하기: 단순히 "이 기능을 개발해주세요"라고 던지는건 '지시'일 뿐입니다. "우리가 이 기능을 개발해야하는 이유는, 고객의 재구매율을 5% 높이기 위함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왜'를 공유하면, 팀원은 스스로 고민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위임'의 시작입니다.
  2.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믿음을 주기: 팀원이 내 방식과 다르게 일하더라도 믿고 지켜보세요. 단, 결과가 나온 뒤에 비난하라는 것이 아니라, 작업 중간에 어려움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합니다.
  3. '실패할 권리' 허락하기: 팀원이 만든 결과물이 100%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팀원은 분명히 성장할겁니다. 작은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가장 값진 수업료입니다. 팀장이 모든 실패의 가능성을 차단하다보면, 팀은 영원히 팀장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겁니다.

마치며

'일 잘하는 팀원'이 되는 것과 '일 잘하는 팀장'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팀장의 성과는 이제 개인의 성과가 아닌 팀의 성공으로 측정됩니다.

오늘, 가장 바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그 일을 잠시 내려놓고 팀원에게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처음에는 불안하고 답답하겠지만, 그 작은 용기가 당신을 '팀의 슈퍼맨'에서 '진정한 리더'로, 그리고 당신의 팀을 '평범한 팀'에서 '모두가 일을 잘하는 팀'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